성남시 수정도서관

수정도서관 '책속 한 구절' < 유진과 유진 >

테마가있는 책읽기

 < 유진과 유진 / 이금이 / 푸른책들 >

 

p. 53

내가 말해 보았자, '네 잘못이야'라는 대답을 듣게 될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아니 더 전인 것 같다. 그때부터 내 편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p. 59

엄마가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었다. 그래, 엄마한테 이야기할 거야. 나는 마주 손을 흔들며 엄마에게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엄마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엄마는 돌아서서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또다시 일정한 거리가 생겼다.


p. 162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구 생각했단다.”


p. 186

나는 이미 여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깨진 그릇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른들은 깨진 조각들을 모아 불안정하게 형태를 만들어 놓았을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p. 195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p. 275

“감추려고, 덮어 두려고만 들지 말고 함께 상처를 치료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 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 텐데.”


p. 277

그 바다 위로, 날마다 떠오르는 해임이 분경했지만 어제의 그 해가 아닌 것도 분명한 새로운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빛에, 비로소 날개를 완성한 이카로스가 몸을 추스르는 것이 보였다. 상처를 모아 지은 날개임을 알고 있는 나는 온 마음으로 그가 날아오르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