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도서관

수정도서관 '책속 한 구절' < 울지 않는 아이 >

테마가있는 책읽기

 < 울지 않는 아이 / 에쿠니 가오리 / 소담출판사>

 

p. 14

어른스럽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등뼈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것, 어리광을 피우거나 아부하지 않는 것. 다른 말로는 마이페이스라고 해도 좋다. 따라서 어른스러운 책은 첫 페이지를 살짝 넘기기만 해도, 그 속에 그 책 특유의 시간이 흐른다. 책 꽂이에 꽂혀만 있어도 넉넉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p. 16

나는 아내에게는 아내의 특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도리상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침해해서는 안 되는 특권인 거죠. 아등바등해봐야 소용없는 것 같아요. 다만 반대로 연인에게도 연인의 특권이 있어, 역할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어느 쪽에나 각각의 존재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과 과자처럼 말이죠. 그렇다는 걸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게 참 이상해요.


p. 62

내가, “한밤중에 깨워도 언제든 떡을 구워줄 거지”하고 말할 때, 동생은 내가 그러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만약 그러면 동생은 반드시 구워 주리란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신뢰감은 인생을 참 즐겁고 살기 편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p. 67

책 읽기는 고혹적이다. 금단의 열매. 그만 읽고 싶은데 그만 둘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때의 흥분감은거의 육체적 쾌락이라 할 수 있다.



p. 137

가모이 씨는 인생이란 아이스크림 같다고 말한다. “인생의 여름날, 달달했던 그 아이스크림. 끝내는 시간과 햇빛에 녹아 없어져버리지만, 절대 남김없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몸 온갖 곳에, 그 끈끈하고 달달한 감촉이 남아 있다”라고.


p. 145

결혼이란 참 잔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되고 싶지 않은 여자가 되고 마는 일이다. 서글프다.


p. 233~234

‘요즘’ 애들은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새로운 ‘요즘’ 애들이 등장했다고 해서 우리가 ‘요즘’ 애들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되는가. 한심하지만 ‘옛날 요즘’ 애들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결국 온갖 레벨의 ‘요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