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도서관

2월 마음으로 읽는 책

테마가있는 책읽기
 

책의 연인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 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토마스 아 켐피스)




천구년 이월이다.

이천구년이 된 지 벌써 삼십일일이 지났다.

유난히 낯선 이천구년도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과연 지금 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나 한 것일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기에 책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이 좋아 책에 빠져 살다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자신의 책으로 만든 사람들.

책의 연인들이라고 불러보면 어떨까.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웅진지식하우스, 2008) 

디오 PD 정혜윤의 독서기.

 정혜윤의 침대는 그녀가 책을 읽는 공간이다. 인생의 비밀과 해답을 알아가   는 은밀한 곳. 책날개에 저자는 “라디오 PD로 산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사소한 인간인지를 깨닫는 직업이며 동시에 남이 얼마나 위대한 인간인지를   깨닫는 직업이므로 참 근사한 일인 것 같다.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는 수만   가지 방식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전적으로 책과 라디오 때문이다.”라고 적   고 있다. <침대와 책>에는 힘들고, 외로울 때, 우울할 때, 사랑할 때, 사람들과 불화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그녀가 읽은 책과 영화, 음악이 소개되어 있다.

혜윤의 책읽기는 넓고 다양하다. 이 책에서 언급된 책은 93권이 넘는다. 불우한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영화에 온 열정을 품었던 트뤼포이야기, “무엇이 자신에게 고유한 것인가를 아는 것이 사람의 제1임무이다” 라고 원형의 서재가 있는 탑에서 20년간이나 자신을 유폐하다시피 하면서 천 권의 책을 읽고 <에세>를 썼다는 몽테뉴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가 언급한 책을 모두 읽고 싶게 할 만큼 글이 솔직하고 재미있다. 지금도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할 그녀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
책의 연인 : 소설가 이신조의 행간의 추억>(이룸, 2007)

 설가 이신조의 책 이야기.

 이신조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책과 사랑을 나누었다.”라고 썼다. 나는 이    문장을 쓴 이신조가 보고 싶다. 보고 싶을 땐 그녀가 쓴 책을 읽으면 된다.   이 책은 2005.9~2007.1까지 <주간한국>에 ‘이신조의 책과의 밀어’라는 제   목으로 연재한 것을 묶은 것이다. 총 41장으로 41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하는 책은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분야이다. <침대와 책>이 소개하는 책   의 내용보다는 본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신조의 책은 소개하는 책의 내용과 저자의 느낌, 감명 깊은 구절을 잘 엮어 이야기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표지색깔, 종이질, 편집 형태가 나에게 편한하게 다가와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깊고 무거운 하루키’라는 제목으로 하루키 소설인 <태엽 감는 새>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한국에서 피상적으로만 논의되는 하루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이야기한다. 오해는 쉽고 이해는 어려운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49년생이니 환갑에 가까운 나이라고 한다. 이미 신세대 소설가는 아닌 것이다. 


 

<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해냄, 2008)


전문기자의 독서에세이.

 저자 허연은 등단한 시인이기도하고 <출판저널>을 거쳐 <매일경제신문>에   서 현재 출판문학담당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주제로 나   누어져있고 그 아래 작은 제목을 여럿 두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 뒤에는   각 주제의 독서방법과 도서목록이 첨부되어 있다. 1부는 '세상이 아주 작게   보일 때'로 주로 이념, 사상, 인물에 관한 책을.  2부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인간이라는 소우주'로 인생, 삶, 사람에 대한 책을. 3부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인간'으로 시대, 역사 속에 휘말리는 인간의 이야기에 관한 책을. 4부는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몸짓'으로 예술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자가 언급한 책은 모두 150권이 넘는다. 책을 읽으며 저자 허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직업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의 표제가 된 '비블리오필리'는 책을 독립된 물건으로서 감상하고 수집하는 취미를 뜻한다.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그린비, 2007)

 느 연구원의 책과 세상 이야기.

 이 책은 연구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병권이    쓴 책과 세상이야기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사람들이 어울려 책 읽   고, 토론하고, 글 쓰는 곳이라고 한다. 고추장은 이곳 사람들이 저자를 부르   는 말이다. 왜 추장이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라.

의 1부는 '책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자유/행복/도덕...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서메모를 붙여놓았다. 2부는 '세상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2003~2006년 사이에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어 묶고 세상메모를 붙여놓았다.

국사회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른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력한다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터인데, 저자는 제도권 밖에서 인문학적, 철학적 배경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점은 나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들었던 스피노자를 저자의 소개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스피노자는 자유란 자유로운 정신의 문제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신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고병권은 이것을 "자유란 원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며, 요구가 아니라 증명인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자유란 정신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생각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에필로그의 고추장의 돈 없이 살 궁리도 읽어보길 권한다.


람들이 그리울 때, 세상에 나 혼자인 것 같을 때,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를 때, 남들은 무슨 책 읽는 지 궁금할 때 한 번 읽어보시길.


혹... 당신은 이미 책의 연인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