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도서관

1월 마음으로 읽는 책

테마가있는 책읽기
 

 

고등학교 1학년,

선생님의 추천으로 신영복 작가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처음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학교선생님의 추천도서니까! 라는 의무감과 응당 지루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시작한 첫 페이지가 순식간에 중반을 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신영복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강사로 있던 중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대에 구속되어 20년간 옥살이를 하였고 그 옥살이 동안 쓴 편지글을 모아 만든 것이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이라는 책이다.

감옥이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어쩜 이렇게 친근하고 잔잔한 말투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조그만 일에도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었고, 작가의 ‘사색’을 통해 나도 더불어 내 삶속의 사색을 하게 되고 누군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추천하게 되는 책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 책을 추천하고 작가 신영복의 다른 도서 몇 권 더 소개하려한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감옥이라는 고립된 곳에서 조차 삶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곳에서 느끼는 작은 사실들 또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의 사색을 조용히 읽고 있으면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내 주위의 행복과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여름징역살이』(‘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가장 좋아하는 편지글.)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 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별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인이 자신의 고의적인 소행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판단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에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 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여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 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 않아 조석의 추량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 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수처럼 정갈하고 냉철한 인식을 일깨워줄 것임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다사했던 귀휴 1주일의 일들도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아마 한 장의 명함판 사진으로 정리되리라 믿습니다.

<이하생략>





★  더불어 숲  ★ 


                        더불어 숲은 저자가 감옥에서 나와 세계 23개국 47개

                       유적지와 역사현장을 직접 답사한 뒤 집필한 책이다.

                       1997년 1년 동안 중앙일보에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
                       라는 기획으로 연재된 글들을 엮은 것이다.

                      <더불어 숲>의 메시지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

                      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라는 말에 담겨

                      있으며 강자의 지배 논리에 맞서서 ‘공존과 평화’의

                      원리를 지키고 자본의 논리에 맞서서 ‘인간의 논리’를 
                      지키자는 뜻이라고 한다. 

『더불어 숲 中』


° 누군가의 희망이 다른 누군가의 절망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희망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 아프리카의 희망봉에서


° 한국에서 미국을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한국이 없기 때문입니다.  - 미국의 얼굴 중


° 어두운 밤을 지키는 사람들이 새로운 태양을 띄워 올립니다. - 태산 일출을 기다리며


° 급하게 꾸린 가방처럼 여러 곳의 기억들이 어지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깨달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의 어떤 사람들이든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최선을 다하여 살아왔고 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모든 것은 그 땅의 최선이었고 그 세월의 최선이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존중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최선은 존중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중략>

매서운 한파가 우리의 무심했던 일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심한 일상 뒤에 숨겨져 있던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겨울은 나목(裸木)으로 서는 계절입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써 보낸 글귀를 끝에 적습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  나무야 나무야  ★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단절의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살이를 경험하고 나서 선보이는 사색의 글모음이다. 역사와 현실이 살아 숨쉬는 이 땅 곳곳을 직접 발로 밟으면서 적어간 글들은 사회와 역사를 읽는 진지한 성찰로 가득 차 있다.

이 책 또한 편지 형식으로 편안하고 쉬운 문체로 쓰여져 가벼운 사색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책 속의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中』 

 

° 소설 속의 유의태와 허준의 이야기는 물론 소설가가 그려낸 상상의 세계이며,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사실은 아니라 하더라도 진실임에는 틀림없다고 믿습니다. 사실이란 그릇은 진실을 담아내기에는 언제나 작고 부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어차피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이기도 합니다. 이 배우고 가르치는 이른바 사제의 연쇄를 더듬어 확인하는 일이 곧 자신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 한 송이의 금빛 국화가 새벽이슬에 맑게 피어나기 위하여 간밤에 무서리가 내리더라는 백거이의 시 ‘국화’가 생각납니다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던 노신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옛날의 어머니들은 자기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 보다는 저마다 누군가의 자양이 되는 것을 삶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자모(慈母)라고하였습니다.


° 우리의 앞뒤좌우에 우리와 함께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으로써 깨닫고, 삶으로써 가르칠 뿐이라 믿습니다.